함께 밤을 지새운 우리에게는 길고, 험난한 밤이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6월이 될 듯 합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여리디 여린 여학생이 또 다시 공권력이란 이름에 둘러싸여 무참히 짓밟히고,  매서운 곤봉질로 마구잡이로 구타 당하고,  하염없이 피 흘리는 광경을 가슴을 움켜잡고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비록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였지만, 현행법률을 위반하는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그 것이 법과 양심 상호간에, 적대적이고 모순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2008년 6월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이제껏 힘써왔던 촛불 시위, 바로 그 다음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법은 일시적 상대적인 것이지만 양심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을 이미 우리가 알았기에.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음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스스로를 온순하다고 여기며,  비교적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 희망해왔던 평범한 청년입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민의겸 수렴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던 국민적 염원이 철저히 짓밟혀진 오늘.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임을 확인 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사유를 기억하십니까?  명확한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단순히 측근비리라는 불확실하고 간접적인 혐의와 공직자 선거중립위반 혐의에 대한 사과 거부가 원인이었습니다.  그 중립 위반이라 함도 어떠한 제도적이나 권위적인 실력행사로서의 중립 위반이 아닌 단순한 "언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 "언어" 때문에 그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봅니다.

 

 저는 당시 노전대통령의 말을 기억합니다. 

"저는 조선일보 사장님 회장님처럼 그렇게 고상한 말만 쓰고 살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 분들처럼 천황폐하를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서 알랑거리고, 특혜받아 가지고 뒷돈 챙겨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회주의적 인생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 땅에 가난하고 힘없고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말을 고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시대 기회주의와 편의주의에 절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결코 고칠 수 없습니다."

 

 이는 근현대사를 조금만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들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조선총독부_친일세력,  이승만_자유당,  박정희_민주공화당,  전두환_민주정의당,  노태우_민주자유당,  김영삼_신한국당,  이회창, 박근혜, 이명박_한나라당.

 

 그들은 당명과 당수만을 끊임 없이 바꿔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길고 긴 대한민국 역사의 한자락에 피묻은 권력의 행보를 써왔습니다.  멀지 않았던 그들의 시대에는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는 모든 의로운 젊은이들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극단적 반공사상에 색깔공세를 당하며,  누명을 쓰고 철저하게 탄압받아야만했습니다.  오랜 세월 대한민국의 정의는 소수 강권세력의 권력을 의미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모순, 사회적 갈등, 정치적 비리, 문화적 타락은 지난 날의 거대한 폭력적 압제에서 배태하고 발전하여 고도 성장을 이룩한 것들입니다.

 

 그들은 냉전과 분단의 유산인 극단적 매카시즘,  개발 독재가 초래한 왜곡된 금권,  부정선거가 시발점인 지역주의,  장기독재의 잔재인 4부 기관의 정치적 독립성 결여를 철저히 활용하여 시시 때때로 국민을 탄압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달콤한 국민의 피에 취해 긴 긴 세월을 연명해 왔습니다.  수구 언론이 이들에 편승하여 역사의 매 순간 순간마다 독사와 같이 얼마나 피묻은 국민의 순결한 속살을 파먹어 왔었는지를 이제 우리는 또 한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50년간 쏟아낸 수 많은 국민의 피와 희생으로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보수" 로 칭하기를 요구하는 그들은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와 경제 문화적 창달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으려던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에 그들은 비록 정권에서 잠시 자리를 비켰어도 권력의 심층부 - 입법, 사법, 행정, 언론, 기업 곳곳에 깊이 뿌리 내린 모든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정권을 할퀴어 내고,  흠집을 내고,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언론개혁법을 통해 개혁하려했던 개혁대상들은 자신을 개혁하려했던 집권세력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언사와 논조에서 간명히 비춰지는 노대통령에 대한 비난 이상의 증오, 살기마저 느껴지는 분노는 그가 우리 역사의 잊고 싶은 역린을 끊임없이 들추면서 괴롭혀 온 데 기인했던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여러가지 제도적 수단과 언어를 통하여 집권 5년 동안 보기 싫은 진실,  이른바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들추어 왔습니다.  그 것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친일 청산과 군사쿠테타 문제이고, 그것에 기생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배계층의 정통성 문제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의식의 문제였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쉬쉬하는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집권으로 그 카르텔에 금이 가면서 대한민국의 '앙시앵 레짐'의 기원과 본질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감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노무현은 고립됐고,  여당조차도 더 이상 아군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어코 노무현을 주저 앉힙니다.  2004년, 3.12 쿠데타.

 

 그러나 국민은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그 기적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진 하나의 촛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상처투성이 절름발이가 된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은체로 임기를 마치고,  결국에는 탈법과 편법을 아우르는 모든 수단을 통한 합법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로써 달성된 권력 찬탈과도 같은 - 권력 이양을 하고 물러서게 됩니다.

 

 노무현 그는 실제로 실패한 대통령일지 모릅니다.  실질적 국민주권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경제 성장, 부패 청산을 향한 국민적 염원을 그는 모두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의 원칙있는 경제정책을 내세웠으며 기만적이고, 인위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부패의 청산을 위해 꺼내든 칼은 비록 자기 자신의 다리에 박혔지만.  그는 참여형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고,  기득권과 권위주의를 버림으로써 국민과의 몇가지 약속만은 지켜내었습니다.

 

 각 분야의 특권은 줄어들었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산되었고, 대통령의 권위가 타파되어지는 순간에 약속대로 권언유착을 포기함으로써 국민에게 온갖 비난과 수모를 받는 바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권위주의 청산과 금권정치 퇴출, 권력기관의 제자리 찾기라는 조그만 성과를 이루고 내려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이 대한민국에서 이룬 것은 아직 설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후대의  다른 누군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거름을 주고, 가꾸고 보살피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민족의 칠흑같이 비참했던 암흑기에 만주 벌판의 혹한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흘린 피의 씨앗이 있었음을 상기합니다.  그 씨앗은 피의 화요일 4.19,  유신독재의 마수,  5.18 민주화 운동의 참혹했던 학살,  6월 항쟁,  IMF,  탄핵,  그리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회한을 끌어안고 그 흘린 피를 양분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2008년 6월의 오늘.  다시 그들을 향해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 오늘 우리는 당당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진리를 외칠 수 있습니다.  고환율 정책으로 고물가 경제 기조를 유지하여 국민의 등골로 배를 불리고, 소수집단 편향의 온갖 부정한 정책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을 방치하고, 제 2의 국가부도를 개의치않으며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권력, 자신들만의 사익을 추구하는 그들.  기어코 우리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 주권 마저도 팔아넘기려는 그들의 정체성에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지금.  대한민국은 이제 고결한 피로 성숙되어진 민주주의의 열매를 수확 할 계절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룩한 단단한 토대 위에서 열린 사회, 열린 정보, 고도의 전문성과 법률 지식, 소비자 권리를 가진 개개인의 국민은 우리의 과일이 탐스럽게 농익은 것을 또렷이 볼 수 있습니다. 

 

 약속의 과실은 아무런 대가가 없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울의 봄과 서울역 회군이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광주 학살과 인고의 세월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역사의 굴곡된,  한탄의 가시굴레를 오늘 이자리에서 벗어낼 것인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씌워줄 것인지를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에.  우리에게 위협이 없지 않습니다.  부정한 시대에는 늘 그래왔듯이 누군가는 감옥에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어받은 정신은 무력에 의해서는 정복되지 않고 오직 위대한 영혼에 의해서 정복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진보는 필연의 수레바퀴가 굴러 가다보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진보는 기꺼이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귀중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한 국민은 대단히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서 일어서길 거부한 그 순간에 죽게 됩니다.  진리를 위해 일어서길 거부한 순간에 죽게 됩니다.  공정을 위해 일어서길 거부한 순간에 죽는 것입니다.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이제 마지막 걸음입니다.

 

 우리가 분별력 없고,  비정한 세력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애국심, 책임감, 도덕적 신념과 같은 전통적 미덕을 바탕으로 직접행동을 펼침으로써 개개인은 물론,  모두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간명한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대안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입니다.  우리의 대안은 공리적 인류지성의 총화인 민주주의가 외연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직접 이 사회-법제도의 형성에 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형성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불만을 용인할 수 있는 실질적 의미로서의 사회계약론적 국민주권,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입니다.

 

  저는 여지껏 이곳 아고라와 청계 광장,  시청앞 광장,  광화문,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보여주신 국민들의 현명함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살아야 나라도 살 수 있습니다.  이토록 현명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위대한 국가로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냅시다. 

 

 어르신들께서 물대포에 혼절하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같은 젊은이들의

곤봉과 방패에 쓰러지고,

여린 여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오늘. 

 

 선량한 국민들이 수 없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구타 당하고,  상처 입고,  연행 되고,  구속된 오늘. 

금수처럼 끌려간 한 시민의 손에 꼭 쥐어졌던 태극기가

더러운 땅바닥에 오물과 같이 굴러다니던 오늘.

 

 수 없는 국민의 비명소리와 눈물이 수도 서울의 중심에 쏟아져내린 오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또 다시 슬픔과 노여움을 끌어안고

기꺼이 그들에 맞서 일어서려합니다.  

 

 우리 국민은 도덕적으로 이미 파산한 이들에 대항하여

분연히 떨쳐 일어나려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라는 격언을 기억합니다.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가지고 현실적인 변화를 쟁취해 낼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우리 국민의 목소리가 생명을 가지고 온 국토에 울려퍼질 것을 선언합니다.

 



 2008년 6월 30일

 시청앞 광장

 시국 선언.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과 동참할 수 있습니다.




 아 대한민국 우리 국민은

 인고의 세월 수 많은 피와

 고결한 희생으로 맺은
 타는 목마름의 그 이름

 농익은 민주주의의 과실을

 이제 수확하려합니다.









 



 6.30 시국 미사를 마치고 5만명의 국민이 평화로 충만한 행진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를 신호탄으로 불교와 개신교의 종교 지도자들도 시국 동참을 선언하였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2008년 7월.


새 걸음을 딛습니다.









 

          그동안 너무도 외롭고 서러웠던

          우리 국민들께 위로를 전해드리기 위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수호해드리기 위해



          시청앞광장을 국민들께 다시 찾아 돌려드리고

          로마 교황청을 통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무기한 금식 미사를 드리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 미사, 약속의 금언을 전합니다.

 

 


          우리의 행진은 더이상 청와대를 향하지 않습니다.
          촛불의 흐름은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참 주인인 국민들을 향합니다.



          우리는 전경들이 막아서는 곳으로 행진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들이며,  형제인 경찰들의 보호와 안내를 받으며 행진할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은 우리가

          끝내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단단한 마음의 연옥에 들어앉아

          애써 외면하거나

          눈물 흘리며 아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마음껏 자유롭게 정의를 외치고,

          모두 함께 리의 노래를 부릅니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습니다.
          촛불이 이깁니다.



          국민이 승리합니다.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원문보기>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468629


 

신고
Posted by 정경진(노엘)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