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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상식/생활

코스톨라니의 달걀모델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전설적인 투자자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라는 주식투자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왜 주가가 정점에 있을 때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바닥에 이르면 주식을 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럼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델을 금리에 적용하면 금리에 따라 투자 결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금리가 과열 단계를 넘어 A국면에 이르면(서서히 경기 연착륙, 경착륙에 대한 논쟁이 붙기 시작하고 장기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통화당국은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하지만, 이때 예금에 투자된 자금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를 잃어버린다. 그저 은행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 환경은 돈을 벌기보다 지키는데 익숙한 부자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구간이다. 이때 은행예금은 예금자들에게 절대 손실을 입지 않고 돈을 불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막상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전수익(금리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은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다. 그 결과 B국면에서는 예금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때 채권은 표면금리만큼의 이자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시중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채권 수익률(채권의 확정 이자율-현재 금리)이 급증하게 된다. 부자들은 금리 하락기에 자산을 지키기 위해 투자한 채권 투자에서 표면금리뿐 아니라 시세차익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이익까지 올리게 된다.

 그러나, 금리 하락이 가속화되어 균형금리를 지나 금리가 C국면의 바닥에 접근하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중간에 채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든 만기가 도래해서 이자를 받든 아무튼 다시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투자할 데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다. 금리 바닥을 인식한 채권 시장에서 채권 수익률은 서서히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하고, 그렇다고 낮은 금리에 예금을 맡기는 것도 세금이나 인플레를 감안하면 이익은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공산이 커진다. 이때 부자들의 선택은 부동산으로 이동한다. 굳이 부동산투자에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이자율보다 현저하게 높기 때문이다. 채권투자나 은행 금리로는 내 재산을 지킬 수 없는 환경에서 10억짜리 건물을 사서 매달 1,00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이때부터 부자들의 자금은 임대수익률을 겨냥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 있던 부동산시장에 몰린다. 그 결과 임대가 잘되는 쓸만한 건물들은 속속 부자들의 소유가 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그렇게 건물에서 시작한 부동산투자는 아파트, 토지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시장에 거품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D를 지나 E국면이 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10억원짜리 건물에서 나오는 1,000만원의 월세는 세금을 감안해도 임대수익률이 금리보다 3배나 높지만, 건물이 30억원으로 올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부자들은 그동안 매수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그동안의 임대소득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둔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거래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들은 이때를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부자들의 매물을 사들인다. 경기는 다시 바닥을 치며 반등을 시작하고 통화당국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를 고려한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시장의 실세금리가 오르고, 부동산에서 수익을 올린 부자들의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아직 금리는 낮고 부동산은 상당히 올라져 이미 수익을 내고 빠져나온 상태이며, 채권투자는 바보짓이다. E국면에서 부자들은 고민 끝에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사실 부자들의 속성에 가장 맞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부자들은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는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주식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현대차, 한국전력 등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을 충분히 보장하는 주식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부자들의 자금이나 법인들의 뭉칫돈이 시장에 들어오면 우량주의 상승이 이루어진다.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동안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적당한 중소형 종목이나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데 익숙해 있다가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그러나 부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되고 개인투자자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오르고 난 뒤다. 주가가 오르고 부의 효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경기는 과열되고 각종 경제지표들은 장밋빛 일색으로 바뀐다.

 이때쯤이면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은 막바지에 이르고, 너도나도 주식투자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이 국면이 F국면이다. 부자들은 다시 주식을 팔고 안전한 예금으로 갈아탄다. 이제는 굳이 위험한 주식시장에 자산을 맡겨두지 않고 은행에 예치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금리가 만족스럽다. 부자들의 자금은 서서히 예금으로 이동하고 개인들의 자금은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을 이동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파국을 맞고, 부자들의 투자사이클은 앞서와 같이 다시 반복되고 개인투자자들의 뒤늦은 가세는 여전히 부자들의 매물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부는 부를 부르고 가난은 가난을 부르게 된다.

 물론 시장이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겠지만, 이로써 금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부자들의 판단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무엇인가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먼저 금리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투자에서 금리와 마찬가지로 도외시하면 큰코다치는 것이 바로 인플레다. 인플레를 고려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보는 일이 발생한다. 인플레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도 함께 알아보자.